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옥상의 민들레꽃은 1980년대 궁전 아파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그 시절 아파트는 부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장소였다. 하지만 아파트는 이웃 간의 관계를 단절시켰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따뜻한 인정보다는 물질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삶에 가치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 소설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선에 비친 어른들의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시대가 변화하면서 함께 변해가고 있는 삶의 가치를 등장인물과 작품 속 궁전아파트, 쇠창살, 민들레꽃 등을 통해 비판하고 있는 소설이다
작품의 줄거리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궁전 아파트. 최근 그곳에 사는 할머니 두 명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일로 사람들이 자살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지만 그들의 걱정은 온통 잇따른 자살로 인해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여러 대안을 내놓지만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한다. 그 속에 끼어 앉은 주인공 '나'만이 자살을 막을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지만 어른들의 저지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난다.
주인공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 자신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이 버려진 것을 보게 되고 엄마가 친구와 통화하면서 막내를 괜히 더 낳아서 고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매우 큰 상처를 받는다. 상처받은 '나'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여겨 떨어져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죽으려고 올라간 옥상의 시멘트 틈에서 힘겹게 자라나고 있는 민들레 꽃 한 송이를 발견하게 된다. 메마른 땅에서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작은 민들레 꽃을 보면서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며 '나'는 자살을 포기한다. 집에 돌아온 '나'는 온 가족이 자신을 찾아 헤매며 슬리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말없이 집을 나간 잘못에 대해 아무런 꾸지람도 하지 않은 채 '나'를 안고 우는 엄마의 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 '나'는 두 할머니의 자살 원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궁전 아파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등장인물이 상징하는 현대 사회
주인공 나 : 이 작품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는 순수함을 간직한 소년으로 가족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뚱뚱한 아줌마 : 더 이상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창문에 쇠창살을 달자는 제안을 한다. 그러면서 그 쇠창살은 자신의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구매하고 제안하는 것으로 보아 기회주의적이며 계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노 교수와 회장 : 노 교수는 논리적이지만 다소 권위적인 태도를 자신의 주장을 이끌고 있으며 모임의 장소를 제공한 모임 회장은 다소 독단적이고 권위적이며 과시욕이 강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할머니의 딸과 며느리 : 물질적으로 할머니를 풍요롭게 하였으므로 할머니가 자살할 이유가 없음을 주장하며 물질만능주의적 성향을 보여준다.
궁전아파트 :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인간적인 사랑과 관심이 메마른 현대 사회를 상징한다.
황금색 금고 : 회장의 집에 있는 황금색 금고는 오직 돈밖에 모르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고만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쇠창살 :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삭막한 현대 사회를 상징한다.
민들레 꽃 :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의 사랑의 되새기게 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더불어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본 해결 방안으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삶의 의지를 느끼게 하는 상징성을 가진다.
작가의 메시지와 감상
작가 박완서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에 만연해진 물질만능주의와 가족애의 상실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보다 선명하게 보여 주고자 하였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족하더라도 가족의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살고 싶은 희망을 가질 수 없으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궁전 아파트 대책회의에서 할머니의 가족들은 할머니들에게 좋은 옷과, 좋은 음식 등 모든 것을 풍족하게 해 드리며 모시고 살았다며 도대체 왜 할머니들이 자살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장면이 나온다. 또 자살 방지 대책회의에서 쇠창살을 달자는 내용에 젊은 아저씨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비판하기보다 집값이 떨어진다며 화를 내는 모습과 물질적 풍요를 이유로 할머니들의 자살의 이유를 정말 모르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인간애와 가족애의 상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1980년대를 지나 2024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돈은 매우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주인공 '나'가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없어져 줬으면 할 때 살고 싶지 않아 진다고 말했던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돈은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듯 보이지만 옥상의 민들레꽃을 읽으며 좋은 옷, 좋은 집보다 가족의 따뜻한 말과 관심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