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소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나도향의 작품, ‘벙어리 삼룡이’는 불우한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사회의 이면과 인간 본성의 슬픈 단면을 보여준다. 소설은 삼룡이의 희생과 방화, 불의 상징성을 통해 깊은 의미를 전하며, 이를 통해 작가는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갈등을 독자가 느끼도록 유도한다. 이번 글에서는 ‘벙어리 삼룡이’ 속 인물 분석과 삼룡이의 행동이 내포한 상징성, 작가가 삼룡이를 장애인으로 설정한 의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줄리와 등장인물의 역할
남대문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는 연화봉에 인심이 후해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세력가 오생원이라는 사람의 집에는 삼룡이라는 벙어리 하인이 있었다. 볼품없는 외모에 흉한 걸음걸이지만 그는 부지런하고 충성스러워 주인의 사랑을 받았다. 한편 버릇이 없고 성격이 고약한 주인 아들이 삼룡이를 괴롭힌다. 어느 해 가을 오생원은 몰락한 양반의 딸을 삼만 냥의 거금을 주고 자기 아들과 결혼시키지만 흠 많은 새서방은 혼인한 지 며칠 후부터 새아씨를 미워하고 학대한다. 그것을 안타까워하며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삼룡이에게 새아씨는 부시 쌈지를 하나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이 말썽이 되어 삼룡이는 주인 아들에게 매를 맞는다. 새아씨가 중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걱정 끝에 방에 들어갔다가 오해를 받아 죽도록 매를 맞고 쫓겨난 그날 방, 집에 불이 나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 삼룡은 오생원을 구출해 낸 후 불길 속에 누워 있는 새아씨를 찾아내어 안고 지붕으로 올라간다. 새아씨를 안은 삼룡은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삼룡이는 벙어리로서 장애를 지녔지만 내면에는 선한 심성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주인집 여주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충성심을 보여주지만, 장애와 외모로 인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채 멸시를 당한다. 삼룡이는 헌신적이고 순수하지만, 주변 인물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무시하거나 괴롭히는데, 특히 악한 성격의 주인집 남자는 삼룡이를 하찮게 대하고 그의 존재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하는데 주변 인물들은 이러한 태도는 사회적 약자를 멸시하는 당시의 편견과 차별을 상징한다. 주인집 여주인은 삼룡이에게 최소한의 동정을 보여주며 잠시나마 그가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 역시 삼룡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며, 삼룡이의 애정 어린 헌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삼룡이는 그녀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품고 있지만, 결국 이러한 감정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이러한 관계는 그가 원하는 사랑과 존중이 사회에서 얻기 어려운 꿈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방화와 죽음의 상징성
삼룡이가 마지막에 선택한 방화는 단순한 분노 표출이 아니라 그의 억눌린 감정과 고통이 폭발한 결과이다. 방화는 삼룡이의 한계에 다다른 인내의 절정이자 그가 더 이상 사회와 타협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불은 삼룡이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절망과 그의 무시당한 존재를 세상에 강렬히 드러내는 상징인 것이다. 그는 방화를 통해 자신이 겪은 모멸감과 고통을 세상에 호소하며, 불은 그를 향한 차별과 멸시를 상징적으로 태워버리는 동시에,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욕망을 드러낸다. 삼룡이의 죽음은 그의 불행한 삶의 비극적 결말을 의미한다. 삼룡이는 사랑을 원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끝내 사회의 편견에 희생당하며 사라져 간다. 그의 죽음은 당시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차별의 현실을 강렬히 고발하며, 그가 남긴 불은 사라지지 않는 사회적 고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삼룡이의 죽음은 사랑의 성취이자 신분적 억압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작용한다. 죽음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모든 부정적인 것의 종말을 의미함과 동시에 재생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을 장애인으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
작가 나도향은 삼룡이를 장애인으로 설정함으로써 당시 사회의 편견과 약자에 대한 차별을 비판하고자 했다. 삼룡이는 단순한 장애인이 아니라, 소외되고 억눌린 존재로 사회의 약자를 대표한다. 말이 통하지 않고 외모로 인해 차별당하는 장애인으로서의 한계를 보여줌으로써 고통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나도향은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약자를 외면하고 배제하는지를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직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삼룡이를 통해 나도향은 장애를 가진 이들의 고통과 더불어 그들이 원하는 사랑과 존중의 가치가 결코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임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삼룡이의 비극적인 삶은 당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아픔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편견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 삼룡이와 새아씨와의 사랑은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라 할 수 없으므로 삼룡이의 사랑이 더 안타깝고 애틋하고 간절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삼룡이의 순수한 사랑은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대문에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고 삼룡이의 죽음과 사랑을 더 안타깝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벙어리 삼룡이'는 삼룡이라는 인물의 비극적 삶과 그의 방화를 통해 사회가 억압하고 무시해 온 약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불은 삼룡이의 고통과 절망을 세상에 드러내는 상징으로 기능하며, 그의 죽음은 사회적 차별의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도향은 이 작품을 통해 당대의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편견을 고발하고, 독자들에게 이러한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벙어리 삼룡이’는 단순한 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과 사회적 이면을 파헤치는 강렬한 작품으로 시대와 장소를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