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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의 시대적 배경과 사상적 특징. 바람직한 사랑의 의미

by iris5015 2024.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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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 - 책표지

1928년에 발표된 현진건의 '무영탑'은 시대적 고뇌와 사랑의 상징을 깊이 담아낸 소설로, 불교 사찰을 세우며 사랑과 희생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 건축을 배경으로 인간의 순수한 사랑, 헌신, 희생이 조화롭게 담긴 이야기로 시대적 배경과 사상적 특징을 통해 우리 시대에 바람직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줄거리와 등장인물

‘무영탑’은 신라 시대의 건축물인 황룡사 9층 목탑의 창건을 둘러싼 전설과 이야기를 담은 전설이다. 신라경덕왕 시절,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기 위해 서라벌로 뽑혀온 백제 부여의 장인 아사달에게 신라 귀족의 딸 주만은 마음을 빼앗긴다. 부여의 아내 아사녀 때문에 괴로워하던 아사달도 마침내 주만의 열정을 받아들이지만 주만을 짝사랑하던 금성이 훼방을 놓고 주만의 아버지는 금성을 피하기 위해 견신과 딸의 혼약을 정한다. 한편 3년이나 아사달을 기다리던 아사녀는 아버지의 죽음과 더불어 달려드는 팽개 무리의 겁탈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무수한 고통을 겪으며 서라벌로 달려온다. 하지만 아사달이 그녀를 만나면 답을 만드는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 여겨 아사녀에게 탑이 완성될 때까지만 영지에서 기다려 달라고 간청한다. 어느 날 발, 기묘한 모습의 흰 탑이 못 속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아사달을 부르면 못 속의 탑을 껴안으려던 아사녀는 물속에 잠겨버린다. 이윽고 석가탑을 완성한 아사달은 아내를 찾아 헤매지만 그녀는 이미 죽은 지 오래였고 결국 아사달 또한 아내를 부르며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사달은 부여 출신의 석수장이로 석가탑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인물로 주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의 아내 아사녀를 잊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서민적인 인물이다. 다보탑과 석가탑을 만들기 위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예술혼을 불태웠지만 탑을 완성하던 날 아사녀가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아사녀가 죽은 그림자 못에 가서 아사녀와 주만의 모습이 합쳐진 부처님 형상의 조각을 남긴 패 아내 뒤를 따라 죽고 만다. 아사녀는 아사달의 아내이자 아사달 스승 부석의 딸로 아사달이 떠난 후 부여에 홀로 남겨져 아버지의 제자들로부터 수많은 고초를 당하자 아사달을 찾아 서라벌에 오지만 남편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고 마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주만은 신라 귀족층 유종의 딸로 왕의 행차를 따라 불국사에 들렀다가 아사달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당나라에서 벼슬을 하던 금성의 청혼도 거절하고 젊은 국서도인 경신과의 정혼도 물리칠 만큼 아사달을 지극히 사랑하지만 결국 아버지에 의해 화형에 처해진다. 금성은 주만을 짝사랑하여 청혼하지만 거절당하는 당학에 치우친 사대주의적 사상을 가진 인물이고 경신은 주만과 정혼한 인물로 소설 전반에 걸쳐 아주 이상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국선도를 사상적 배경으로 지니고 있으며 문무를 겸비한 인물이다.

시대적 배경과 사상적 특징

1920년대는 일제강점기의 한가운데로, 한국은 민족적 자주성을 잃고 문화, 정치적으로 억압을 받는 시기였다. 일제 식민 통치하에 쓰여 진만큼 일제 치하의 한국인의 삶의 자세와 민족관을 바르게 일깨우려는 작가의 세계관이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은 당나라 문물에 기울어 있던 당시의 시대상을 비판하고 우리 민족 고유의 국선도를 옹호하는 경신의 사상적 배경이 민족주의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무영탑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고뇌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사랑이 발현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보탑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아사녀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 여성의 헌신적 사랑과 내적 강인함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러한 헌신적 사랑과 내적 갈등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대적 고민을 투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작품 속에 나타난 불교적 사상은 불교가 주는 마음의 평온이 사랑의 본질임을 상징하며 인간 내면의 정신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진건의 무영탑은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희생, 불멸성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주제로 삼고 있다. 아사달이 불국사의 석탑을 세우기 위해 장기간 집을 떠나 있으면서 그의 아내가 겪는 고통과 기다림은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이 작품은 결국 부부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이는 불교의 무상함과 인간의 덧없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이어질 진다. 작품은 또한 인간이 성취하려는 예술적 목표와 영원성에 대한 갈망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사달이 세우려 했던 탑은 바로 이런 불멸을 상징하는 것으로, 신라 시대의 예술성과 종교적인 열망으로 인간의 삶과 예술의 불멸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라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식민지의 안타까운 현실을 인식함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작품 속 이상적인 인물인 경신이 당의 물결 속에서 국선도를 고집하는 것처럼 일제 강점기라는 민족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민족의식을 고취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무영탑이 보여주는 바람직한 사랑의 형태

오늘날 바람직한 사랑은 무영탑에서와 같이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사랑이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아사녀의 헌신적 사랑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진정한 사랑을 완성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성숙한 사랑의 형태라 할 수 있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자신을 채우려는 경향이 있지만, 현진건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이란 자신을 넘어 타인을 위한 희생과 배려가 담긴 것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시대적 배경과 사상적 특징 속에서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강하게 드러내며,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다. 시대가 변해도 이기심을 초월한 희생적 사랑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바람직한 사랑이란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며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사랑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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