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단편소설『감자』는 일제강점기 하층민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주인공 복녀의 비참한 삶과 그로 인한 성격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복녀가 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고 몰락하는지를 잘 묘사하며, 이러한 변화는 환경결정론과 환경가능론이라는 두 가지 환경이론을 통해 해석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감자의 등장인물 복녀의 성격이 변화하는 과정을 환경결정론과 환경가능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주제 분석
김동인은 감자에서 빈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복녀는 초반에는 가난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을 위해 도덕성을 포기하고 타락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빈곤이 단지 물질적인 결핍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까지 무너뜨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복녀의 상황은 단순히 가난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서 여성의 위치가 취약하다는 문제로도 연결된다. 당시 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이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여성이 당하는 억압과 불평등을 드러내는 것이다. 복녀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만, 결국 가난과 생존 본능에 밀려 이러한 죄의식을 억누르며 점점 더 큰 타락의 길로 빠진다. 복녀가 죄의식 속에서 허우적거리지만 결국 사회 구조와 빈곤에 의해 점차 무기력하게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스스로 합리화하고 무너뜨리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결정론 VS 환경가능론
환경결정론은 인간의 행동과 성격이 주로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인간이 속한 환경이 그들의 행동을 지배하고 제한한다는 관점이다. 감자의 복녀는 빈곤과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채워져 있으며, 복녀는 점차 그 환경 속에서 범죄에 가까운 행동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를 통해 복녀의 성격 변화가 환경에 의해서 거의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복녀의 어린 시절은 윤리적인 갈등이나 생존을 위한 절박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결혼을 하면서 하층민의 빈곤한 환경, 치열한 생존 경쟁, 끊임없는 결핍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은 복녀의 내면을 점차 황폐화시키고, 그녀가 도덕적 한계를 넘어서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환경결정론적 관점에서 볼 때 복녀의 성격 변화가 외부 환경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녀의 선택들은 결국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던,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결과였던 것이다. 또한, 복녀가 점점 자신의 몸을 이용해 살아남으려 하는 모습은 일제강점기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극을 상징하고 있다. 그녀가 감자를 훔쳐 자신을 먹여 살리려는 모습은 빈곤과 고통 속에 자라난 무력함과 절망이 어떻게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적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환경결정론적 관점에서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어떻게 필연적으로 변질시키는지를 잘 나타낸 사례라 할 수 있다.
환경가능론은 인간이 처한 환경이 한정적일지라도, 그 안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환경이 인간의 행동과 성격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인간은 일정 부분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환경을 극복하거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복녀는 그녀의 환경 속에서도 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있었으나, 스스로 파멸적인 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복녀는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으나, 그 대신 선택한 것이 도덕적 타락과 자기 파멸의 길이었다. 비록 환경이 그녀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했을지라도, 어떤 측면에서는 자신의 욕망과 절박함에 따라 스스로 타락을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감자 도둑질 사건 역시 단순히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복녀가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일말의 죄책감과 내면 갈등은 그녀가 여전히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다스릴 여지가 있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만약 복녀가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길을 선택했다면, 그녀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이는 환경가능론의 시각에서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더라도, 인간에게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복녀의 비극적 삶의 원인은 무엇인가? 복녀의 비극적인 삶은 환경결정론과 환경가능론 모두의 시각에서 이해될 수 있다. 환경결정론에 따르면 복녀의 몰락은 당시 사회적, 경제적 환경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절망적인 사회 환경과 극심한 빈곤 속에서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복녀를 파멸로 이끌었으며, 이는 결국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한정 지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가능론의 관점에서는 복녀가 스스로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있었으므로, 그녀의 몰락은 완전히 외부 환경의 탓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그녀가 빈곤 속에서도 절망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면 현재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처한 환경이 아무리 가혹할지라도, 인간에게 주어진 가능성과 선택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김동인의 감자는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환경결정론과 환경가능론 모두를 적용해 볼 수 있는 예시이다. 복녀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환경이 인간에게 주는 제약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시대적·사회적 배경에 따른 인간의 선택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인간이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현대 독자들에게도 인간의 선택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한다. 복녀의 성격 변화는 외부 환경에 의해 강요된 측면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내면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석은 환경이 인간의 삶과 성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 인간이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