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허생전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한문 단편소설로, 열하일기 가운데 옥갑야화에 수록되어 있다. 원래는 제목이 없었으나 후대에 허생전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허생전은 박지원이 북경에서 돌아오는 길에 옥갑이라는 곳에 머물던 중 수행원들과 밤새 주고받은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사행을 따라 중국을 오가며 장사하던 역관들이 재물을 늘리는 과정에서 파생된 이야기 5편과 역관 출신으로 일국의 갑부가 된 변승업이라는 인물의 재물에 얽힌 이야기 2편으로 되어 있다. 허생전은 변승업의 부의 유래에 관련된 환담내용이다. 허생전은 조선 후기 사회가 안고 있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의 문제점을 허생이라는 선구자적 지식인을 통해 비판함과 동시에 조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백성들의 삶을 보장하고 중상주의를 계몽하는 경제사상과 건전한 인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이용후생 사상을 엿볼 수 있다. 허생전은 당시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유교적 이념을 기반으로 한 이상국가와 사회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국소설사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줄거리
남산 아래 가난한 선비 허생이 살았다. 그는 10년을 목표로 하루 종일 글공부에만 몰두하였기에 그의 부인이 삯바느질을 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7년째 되던 어느 날 학문에만 몰두하며 세상물정에 관심이 없는 허생을 보다 못한 부인이 끼니가 없다며 나가서 돈을 구해오라며 잔소리를 한다. 이에 화가 난 허생은 10년 동안 글공부를 하겠다는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것을 한탄스러워하며 집을 나간다. 이후 허생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누가 가장 부자인지 물은 후 당시 가장 부자인 변 씨를 찾아가 만 량의 돈을 빌려줄 것을 당당히 요청하여 돈을 빌린다.
큰돈을 빌린 허생은 조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든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하는 방식으로 큰 이윤을 남기자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도적들을 모두 데리고 빈 섬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농사를 짓게 하고 남은 식량을 일본의 장기라는 섬에 팔아 큰돈을 벌게 된다. 그 돈으로 사람들의 삶의 기반이 만들어지자 허생은 글이 모든 화의 근원이 된다고 판단하여 글을 아는 자들을 모두 데리고 섬을 떠난다. 섬을 떠나면서 필요한 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바다에 버린 허생은 변 씨에게 빌린 돈을 10배로 갚고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이에 놀란 변 씨는 허생의 뒤를 밟아 그가 살고 있는 있는 집을 알아내고 허생과 친구가 된다.
허생의 비범함을 알아챈 변 씨는 마침 큰 뜻을 도모할 인재를 찾던 어영대장 이완에게 허생을 추천하고 허생을 찾아간 이완에게 허생은 조선의 어려움을 극복할 묘책 3가를 제안한다. 훌륭한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임금이 직접 삼고초려하게 할 것, 종실의 딸을 명나라 후손에게 시집보내고 그들에게 재산을 나눠줄 것, 사대부 자식들에게 변발을 하고 호복을 입혀 청나라로 유학 보내고 백성들이 청나라에 장사를 하게 하여 천하를 뒤엎고 나라의 부끄러움을 설욕할 계책을 모색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완이 3가지 모두 어렵다고 답하자 자허생은 화를 내며 이완을 쫓아낸다. 이완은 허생이 비범한 인품을 알고 다음날 허생을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빈집엔 아무도 없었다.
작가적 관점
허생이 전국의 모든 과일과 말총을 사들이자 더 이상 과일과 말총이 유통되지 못해 값이 천정부로 뛰게 되고 허생은 큰돈을 벌게 된다. 박지원은 이를 통해 조선의 경제구조가 얼마나 취약한 지를 보여주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허생은 당시 조선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당시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고자 백성의 삶은 돌보지 않으면서 북벌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완 대장과의 대화를 통해 정작 자신들의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으려는 조선 무능한 관리들의 북벌론이 허울뿐임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박지원은 허생이 나라안의 온갖 과일과 말총을 모두 사들이는 모습을 통해 나라가 혼란스럽고 어지러움에도 비싼 값의 과일을 사서 제사상을 차리고 갓을 쓰지 않고 통이 넓은 옷을 입지 않으면 양반의 체통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당시 사대부들의 허례허식을 비판하고 있다.
허생전의 문학적 의의
허생은 박지원의 사상과 이상을 대변하는 인물로 뛰어난 재능과 능력을 가졌음에도, 당시 사회 사회적 부조리로 인해 뜻을 펼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 사회의 부패한 시대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그러한 부조리한 사회체계를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이 작품은 조선 후기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잘 반영하여 매점매석을 통해 경제 구조가 무너질 수 있는 당시 경제구조의 취약점을 비판하고 있는 동시에 새로운 이상사회를 꿈꾸며 찾아갔던 빈 섬에서 다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시의 현실 개혁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상업 활동의 중요성과 당시 현실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되고 있다.